심리측정과 평가

심리평가의 이해 
 이 글에서는 심리평가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와 함께 주로 사용하는 검사 도구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록 심리평가라는 용어보다는 심리검사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고 널리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구분하는 것은 한 개인을 평가하는 데 단순히 심리검사 결과에만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며, 더 나아가 단편적이며 잘못된 해석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평가(psychological assessment)란 심리검사, 면담, 그리고 행동 관찰 등 여러 방법에 의해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일련의 전문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Goldstein & Hersen, 1990). 물론 심리평가 과정에서 심리검사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과정이지만, 이 외에도 개인 기록이나 면담, 자연적 상황이나 체계적 상황에서의 행동 관찰, 평가자의 심리학적 · 정신병리학적 지식, 그리고 임상적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만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평가는 다른 평가에 비해 1회의 시행으로 개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객관적이고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이런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를 시행하는 평가자의 철저한 임상 훈련과 경험 그리고 이론적 배경이 요구된다. 또한 평가자는 심리평가가 단순한 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검자의 복잡한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전문적인 과정이므로 평가 대상을 존엄한 인간으로 자각하며, 자신의 평가 결과에 지속적인 의문을 가지고 진정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심리평가는 개인의 행동이나 성격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검사를 실시하여 다양한 정보를 측정할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임상적 진단을 내리고 효율적인 치료 방법을 제안한다. 또한 피검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심리평가를 통해서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을 깊이 이해하며 통찰력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1) 심리 검사법 
심리검사(psychological test)란 각 개인의 심리적 상태를 비교하고 개인의 인격적, 행동적 측면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적 측정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심리학적 측정(psychological measurement)이란 각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측정하여 수량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다(Nunnally, 1970). 하지만 심리적 특성은 물리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추상적인 구성개념(construct)이므로 이를 측정할 수 있도록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구성개념과 관련이 있는 반응을 측정하는 것이다. 즉, 심리학적 측정은 구성개념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심리검사를 제작하고, 심리검사로 측정된 결과를 해석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심리검사를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한 학자들을 살펴보면, 크론바흐(Cronbach, 1970)는 심리검사란 두 사람 이상의 행동을 비교하는 체계적 과정이라고 정의하였으며, 아나스타시(Anastasi, 1982)는 행동의 표본을 심리학적 방식으로 측정하는 기법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런 학자들의 정의에서도 나타나듯이, 심리검사는 개인의 모든 행동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대표적인 행동 표본을 표준화된 방법으로 측정하여 전체 행동을 예견하는 것이다. 여기서 표준화란 검사를 실시하고 채점하는 과정이 일정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의미로서(Anastasi, 1982), 이러한 검사의 표준화를 통해 피검자의 반응이 실시 조건이나 채점 방식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제거된다. 또한 심리검사는 개인의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적인 판단을 방지해 주며, 관찰법이나 면담법에서는 불가능한 양적 측정을 통해 개인 간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요약하면, 심리검사는 측정하고자 하는 특정 행동을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방식에 따라 양적으로 측정하여 개인 내 비교뿐만 아니라 개인 간 비교도 가능하게 하는 심리측정법이라고 할 수 있다. 

 

2) 면담법 
면담(interview)이란 일반적으로 검사자와 피검자가 면대면으로 마주 대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협의하거나 상담하는 과정으로서, 심리검사의 내용을 보완하고 심리검사 해석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즉,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정보를 교환하는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검사자와 내담자(피검자) 간에 정보, 태도, 감정을 교환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면담과 일반 대화의 차이는 피검자를 도와주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면담 과정이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검사자와 피검자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역할이 구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면담이 심리평가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는 대개 심리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피검자로 하여금 검사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고 검사 장면에서의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경우이거나, 검사 도중 피검자가 검사에 저항하거나 과제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여 긴장할 때, 그리고 검사 후 피검자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해 주거나 검사 시 느낀 불편한 점이나 궁금한 점을 파악하는 경우다. 
면담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검자에 대한 기초적인 신상 자료(연령, 가족관계, 직업, 종교, 생활 환경 등)를 수집해야 하고, 피검자의 평가에 대한 이해와 동기가 있어야 한다. 면담은 언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소통하는 과정이므로 검사자와 피검자가 사용하는 어휘 수준이 맞지 않으면 서로 부담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피검자에게 맞는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한 번에 여러 가지 중복된 질문을 하기보다는 한 번에 한 가지 질문을 해야 하고, 피검자가 '예'나 '아니요'와 같이 단답형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면담 장소와 분위기도 중요한 문제인데, 검사자와 피검자 모두 마음이 편안하고 소음이 들리지 않는 차분한 분위기의 장소에서 서로 신체적으로 불편을 느끼지 않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검사자는 피검자를 인격체로 대하고 성실하게 대하는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3) 행동 평가법 
행동 평가(behavioral assessment)란 개인의 특이한 행동을 발견하고 이런 문제행동을 유발하는 요인과 이들 간의 상호 관련성을 밝히는 과정으로써, 관찰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행동을 그 대상으로 한다. 검사자는 환경적 사건이 문제행동을 발생시킨다는 전제하에 개인행동과 환경의 상호작용 및 문제행동 발생 전후의 환경적 사건에 주의를 기울인다. 즉,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오래전에 발생한 환경적 사건이나 사건과 행동 간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현재의 환경적 사건이나 상호작용의 경험 등이다. 

· 자연 관찰법: 자연 관찰법은 자연환경 내에서 일어나는 피검자의 행동을 체계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으로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피검자가 타인으로부터 관찰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실제 반응과는 다른 반응이 유발될 수 있다. 

· 유사 관찰법: 유사 관찰법은 주로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행동, 발생 빈도가 낮은 행동, 그리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행동을 제한된 통제 환경 속에서 관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제한적이고 조작된 관찰 환경이 개인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렇게 관찰된 결과를 자연적인 상황에 일반화시키는 데 문제가 있다. 

· 자기 관찰법: 자기 관찰법은 피검자가 자기 행동을 스스로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광범위한 문제행동에 적용할 수 있고 비용과 시간이 절약되며 자연적 상황에서도 자료 수집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자기 행동을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보고하므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 참여관찰법: 참여관찰법은 피검자의 주변 인물(부모, 형제자매, 배우자, 담임선생님 등) 가운데 관찰자를 선정하여 피검자의 행동을 평가하는 방법으로서, 발생 빈도가 낮은 행동이나 외부 관찰자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행동을 평가할 때 유용하며, 광범위한 문제행동에 적용할 수 있고 자연적 상황에서도 자료 수집이 가능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검사자의 편견이 내포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여러 행동 평가법의 적용은 문제행동의 유형과 상황에 맞게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